
교양
“사람이 길을 내기 전에, 물이 먼저 길을 내었다”
강은 단순한 자연 지형이 아니다.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 살고, 이야기가 쌓이고, 기억이 남았다. 이 책은 남한강과 북한강, 임진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을 따라 흐르는 물의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그 유역에 남아 있는 인문경관의 의미를 탐색한다.
강을 따라 읽는 인문경관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많지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숨결이 깃든 풍경이다. 인문경관은 자연과 인간의 삶이 만나 형성된 문화의 흔적이며, 오랜 세월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이 축적된 공간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문집과 읍지, 고지도, 회화 자료를 바탕으로 강변의 누정과 포구, 명승과 유적을 추적하며, 오늘날 희미해진 장소를 되살려 낸다.
저자는 특히 조선시대 문인과 화가의 시선에 주목한다. 자연을 노래한 시문과 산수화 속 풍경을 오늘의 지형과 대조하며, 강과 사람, 문화가 함께 빚어낸 경관의 의미를 읽어 낸다. 답사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이 작업은 기존의 인문기행서가 놓치기 쉬웠던 지리학·역사학·미학의 관점을 아우르며, 강과 인간이 만들어 낸 문화경관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오랜 연구의 결실, 『조선의 강』
저자 이종묵 교수는 오랫동안 조선시대 문인 문화와 공간, 산수 경관을 연구해 온 학자이다. 문학과 지리학을 접목해 문학 작품 속 공간과 실제 지리의 관계를 탐구해 왔으며, 문인들의 행적과 그들이 남긴 문화경관을 추적하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 왔다. 2006년 문인의 집과 명승을 집대성한 『조선의 문화공간』을 출간했고, 다시 10년의 연구 끝에 한강 유역 별서 문화를 정리한 『조선시대 경강의 별서』를 펴냈다. 그리고 우리 강의 물길과 그곳에 깃든 문인의 삶을 추적한 결과가 바로 이 『조선의 강』이다.
수십 년 동안 옛글을 읽고 전국의 강과 유적을 답사하며 축적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완성된 이 책은 우리 강 유역 인문경관 연구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방대한 문헌과 현장 조사를 결합하여 조선의 강이 간직한 문화적 자취를 복원하고, 그 속에 살아 있는 문인의 삶과 풍류를 생생하게 되살려 낸다.
물길을 따라 복원하는 기억의 지도
『조선의 강』은 단순한 여행기나 답사기가 아니다. 이 책은 강을 따라 형성된 삶의 흔적과 문화를 읽어 내는 문화사이자, 우리 국토의 인문 지도를 새롭게 그려 낸 기록이다. 저자는 상상의 여행인 와유(臥遊)를 넘어 실제 답사와 고증을 통해 우리가 지금도 찾아갈 수 있는 강의 명승과 유적을 기록한다.
강은 여전히 흐르지만, 그 풍경과 그에 깃든 이야기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 책은 근대화 이전 조선의 강이 지녔던 아름다움과 문화적 깊이를 복원하는 한편, 우리 강을 따라 여행할 때 곁에 두고 펼쳐 볼 수 있는 가장 풍부한 산수유기이자 인문학적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평화의 숨결이 머무는 물길, 북한강과 임진강
북한강은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두물머리로 흘러들고, 임진강은 안변에서 시작해 파주를 지나 조강이 된다. 서로 다른 강이지만 같은 산줄기에서 비롯되어 강원도와 경기도를 지나 흐르며 수많은 명승과 유적, 그리고 문인의 발자취를 품어 왔다.
조선시대 문인들은 배를 타고 북한강을 거슬러 춘천까지 오르거나 임진강을 따라 연천까지 여행하며 강변의 풍경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특히 북한강과 임진강 유역은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목이자 빼어난 산수의 고장으로, 수많은 기행문과 산수화의 무대가 되었다.
2권 『북한강과 임진강』은 두물머리에서 춘천으로 이어지는 북한강을 따라가며, 그 상류인 모진강, 그리고 지류인 홍천강, 소양강을 함께 살핀다. 이어 임진강과 한탄강, 영평천의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옥계구곡과 곡운구곡, 화음동과 칠선동, 수타사와 대승폭포, 화석정과 임진적벽, 고석정과 삼부연 등 두 강을 대표하는 명승을 따라가며 조선 산수문화의 또 다른 정수를 보여 준다.
북한강과 임진강의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려한 산수와 깊은 역사, 그리고 그곳을 찾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한데 어우러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옛사람들의 시선으로 두 강을 다시 읽으며, 분단 이전 하나의 물길로 이어져 있던 강의 풍경과 문화의 자취를 따라간다.
저 : 이종묵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로 있다가 2003년 자리를 옮겨 관악산 아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는데 정년이 코앞이다. 선비의 운치 있는 삶을 사랑하여 옛글을 읽고 스스로 즐거워 가끔 글을 쓴다.
2006년 학술사와 문화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문인의 집과 그들이 노닐던 명승을 정리하여 『조선의 문화공간』 전 4권을 간행하였고, 다시 10년의 공력을 들여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유역 문인의 별서를 정리한 『조선시대 경강의 별서』를 2016년 전 3권으로 출간하였다. 다시 10년이 지난 후 큰 강의 물길을 따라 그 아름다웠던 풍광과 그곳에 깃든 문인의 삶을 추적하여 『조선의 강』을 여섯 권으로 묶어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