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
한 시대를 풍미한 음악은 ‘모두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시간을 초월한 그 음악을 ‘감히’ 클래식이라 불러도 되는가. 국내 1세대 음악학자이자 평생 클래식 음악과 함께 해온 저자가 던진 이 질문은 단순한 예찬이 아니다. 예술이 20세기를 지나오며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다시 묻게 하는 출발점이다.
20세기 전반, 예술은 전쟁과 이념의 그림자 속에서 길을 잃었다. 기존 질서는 붕괴했고, 음악은 새로운 언어를 찾아 실험대에 올랐다. 그렇게 탄생한, 하지만 그만큼 난해해진 현대음악은 점차 청중과 거리를 두게 되었고 ‘이해받기 어려운 예술’이라는 딜레마에 갇혔다. 한편 같은 시기 거리의 청년들은 전혀 다른 주파수로 세상을 듣기 시작했다. 기성세대가 이해할 수 없던 새로운 감수성은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냈고, 그 중심에 비틀스가 등장했다. 비틀스는 청년의 목소리로 시대를 말했고 음악들은 다시 세상과 대화하는 창구가 되었다.
이 책은 현대음악과 대중음악이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낸 20세기 음악의 변천사를 그린다. 그리고 그 교차점에 선 비틀스를 통해 음악이 어떻게 세상과 소통했는지 탐구한다. 비틀스의 음악은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대중의 취향을 정확히 읽어내면서도 음악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이 남긴 길고 긴 대화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생생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난처한 클래식 수업』 10권은 비틀스의 음악 속 시간과 감정의 지층을 따라가며, 그들을 ‘현대의 클래식’으로 다시 읽는다. 이로써 클래식은 형식이나 장르가 아닌, 세월을 건너 살아남은 예술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나아가 이 시리즈가 전하고자 한 마지막 메시지— 음악이란 언제나 인간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가장 오래된 언어라는 사실 역시 전한다.
★ 지식의 질은 높이고 배움의 문턱은 낮춘 『난처한 클래식 수업』의 마지막 강의
★ 대중의 노래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는가 ― 비틀스로 ‘현대의 클래식’을 논하다
★ 폐허를 딛고 울린 해방의 선율 ― 현대음악에서 로큰롤까지, 한 권으로 읽는 20세기 음악사
살아남은 음악의 가치
『난처한 클래식 수업』 시리즈는 마지막 강의의 주인공으로 비틀스를 택했다. 클래식 음악학자가 클래식 교양서의 대미를 장식하며 ‘난데없이’ 대중가수를 탐구한 이유는 분명하다. 비틀스의 음악은 20세기가 남긴 가장 찬란하고 영향력 있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비틀스는 단순히 성공한 아이돌 스타가 아니었다. 그들의 등장은 대중음악을 둘러싼 편견에 맞서는, 하나의 선언이자 혁명이었다. 당시 예술의 세계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철저히 구분했다. 클래식은 고급 예술로서 전통의 영역에 머물렀고, 대중음악은 사랑받을수록 가벼운 오락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비틀스는 이 경계를 과감히 넘어섰다. 그들은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 속에 실험적인 사운드와 철학적 가사를 녹여내며 음악의 지평을 끊임없이 확장했다.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최초의 밴드로서 비틀스는 ‘대중음악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덕분에 장르를 불문하고 수많은 음악이 잊히고 사라져도, 비틀스의 노래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번 10권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시간을 초월해 살아남은 음악이 클래식이 될 수는 없을까. 음악의 정의와 역할이 복잡하게 얽히는 오늘, 이러한 질문은 결국 클래식이라는 개념을 다시 짚어보는 시도가 된다. 그리고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비틀스의 음악은 결국 ‘살아남은 예술’이자, 현대의 클래식이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이 될 것이다.
비틀스를 길러낸 20세기라는 무대
비틀스는 어떻게 그 ‘비틀스’가 되었는가. 모두가 이름은 들어봤지만, 정작 세세히 알지 못하는 비틀스. 저자는 평범한 리버풀 청년들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문화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풀어낸다. 그들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대중의 욕망을 정확히 파악하는 감각, 새로운 녹음 기술과 악기를 과감히 도입한 실험정신, 그리고 급변하던 20세기 문화 환경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이 책은 비틀스가 걸어온 길을 살피면서 동시에 ‘그때 그 시절’이 어떻게 비틀스를 길러냈는지 조명한다. 20세기 음악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비틀스라는 현상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무엇을 이어받았는가를 탐색한다. 쇤베르크와 존 케이지로 이어지는 현대음악이 전통을 위반하고 새로운 음의 질서를 모색하던 시기, 흑인 노동요에서 비롯된 블루스가 리듬앤드블루스로 진화하며 로큰롤의 뿌리를 형성하던 시기—저자는 20세기 음악의 두 축이 된 그 흐름을 찬찬히 짚어본다.
그리고 이 두 갈래가 교차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비틀스와 다시 만난다. 대중의 감수성과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새로운 첫걸음, 그 역사적인 현장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청년이 주인공인 시대를 읽다
1960년대는 전쟁의 불안과 냉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시대였다. 부모 세대의 과오를 보고 자란 청년들은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꿈꾸기 시작했다. 기성의 질서에 맞서 자유를 외쳤고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며 거리로 나섰다. 그들의 이상과 열망을 가장 선명하게 담아낸 이름이 비틀스였다. 비틀스의 음악은 시대를 움직인 청년문화의 중심이자 목소리 그 자체였다.
이 책은 비틀스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읽는 작업 역시 놓치지 않는다. 아이돌이자 아이콘, 그 상징 뒤에 자리한 사회적 배경과 감정의 흐름을 통해 음악이 어떻게 대중의 감수성을 바꾸었고, 청년이 어떻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는지를 따라간다. 그렇게 비틀스를 다시 듣는 일은 곧 한 시대를 새롭게 이해하는 일이 된다.
『난처한 클래식 수업 10권』은 그 모든 리듬을 한 권의 강의에 담아냈다. 이 마지막 강의는 결국 하나의 선언을 완성하고 있다. 살아남은 예술은 ‘클래식’의 가능성을 품고 있고, 시대를 흔드는 목소리만이 살아남는다. 비틀스는 그 사실을 가장 거침없이 증명한 이름이다.
지금, 우리가 다시 비틀스를 말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의 음악은 이미 지난 시대의 기록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를 움직이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질문을 가장 또렷하게 들려주는, 시리즈의 마지막 페이지다.
저 : 민은기
서울대학교 작곡과에서 음악 이론을 전공하고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 음악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1995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이론 연구와 후학 양성에 집중해왔다.
프랑스혁명, 바로크 오페라 등의 주제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술과 번역에도 힘써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책을 가장 많이 낸 음악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등 여러 매체에 음악과 관련된 글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다섯 살부터 내내 숨 쉬듯 곁에 음악을 두고 살아왔다.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자 한국의 1세대 음악학자로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음악과 페미니즘』, 『Classics A to Z: 서양음악의 이해』, 『서양음악사: 피타고라스부터 재즈까지』, 『독재자의 노래: 그들은 어떻게 대중의 눈과 귀를 막았는가』, 『서양음악사』1~2,『대중음악의 이해』 외에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