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검색

HOME>도서>교양

교양

본문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

저자
김영현  저
  • 가격

    15,000 원

  • 출간일

    2014년 01월 24일

  • 쪽수

    270

  • 판형

    153*225

  • ISBN

    9788964357101

  • 구매처 링크

 ※ 출판사 리뷰

 

소설가 김영현, 시간에 대한 철학서 펴내


소설가 김영현(59)이 새 책을 출간했다. 2008년 소설집 『라일락 향기』를 출간한 뒤 5년 8개월여 만이다. 새 책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는 얼핏 또 하나의 소설집으로 보일만한 제목이지만, 뜻밖에도 철학서다. 그것도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랜 물음을 찾아 나선, 녹록지 않은 탐색의 여정을 담았다. 어쩌자고 소설은 접어둔 채 철학을 붙잡고 있었던 것일까.
서울대 철학과 74학번인 김영현은 1976년 대학문학상에 당선된 이후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1984년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발표한 이후 30여 년간 소설 쓰기에만 전념해 왔다. 세상이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을 하도록 가만두지 않았던 탓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철학도로서 자부심과 탐구심을 지니고 있었고, 세상의 본질과 이면을 개념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추구하는 작업에 커다란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설로는 풀 수 없는 갈증을 느껴왔다. 소설은 남루한 일상에 꽃을 달아주는 거라 여겨 소설가 인생을 살아오긴 했지만, 일상들의 이면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본질을 다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그동안 소설적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아 「개구리」(1999), 「라일락 향기」(2008)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 의미를 온전히 알아채지 못하는 듯했다. 그래서 직접 시간에 대한 철학서를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시간일까. 시간의 본질을 탐색하는 긴 여정의 시작은 1977년 겨울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불가사의하고 무모한 주제를 처음 가슴에 품기 시작했던 것은 1977년 겨울 무렵이었다. …… 추운 겨울날, 책 한 권 없는 비좁은 감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색뿐이었다. 그때 나는 철학도답게 두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사색했다. 그 하나가 ‘시간’이었고, 두 번째가 ‘인간’이었다. …… 두꺼운 콘크리트로 된 그 견고한 공간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간을 빠르게 흘러가게 하거나, 혹은 거꾸로 흘러가게 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득, 나는 나를 구속하고 있는 것이 공간이 아닌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0.7평의 어두운 감옥 독방에서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하며 시간을 사색한 지 30년을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시간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인슈타인과 베르그송의 100년 묵은 논쟁에 뛰어들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1922년, 앙리 베르그송은 이에 반박하는 글을 발표하였다. ‘지속으로서의 시간’ 개념을 처음 제기한 철학자 베르그송은 상대성 이론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을 포함해 물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범하고 있는 오류를 비판하고자 했다. 당시에는 시간이 공간처럼 무한히 쪼갤 수 있고 종이에 점으로 표시될 수 있다는 생각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베르그송은 시간이란 멈추지 않고 흘러갈 뿐이어서 일정한 좌표 위에 잡아둘 수 없다고 비판한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시간은 사물과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으며 사물 속에 시간 자체가 내재되어 있고 존재 자체가 시간적 개념을 지닌다. 그래서 ‘지속으로서의 시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시간 개념을 믿고 있었고 ‘지속’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인슈타인은 베르그송이 말하는 시간은 주관적?심리적 시간이라고 비판하면서 ‘철학자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에 이른다. 아인슈타인과 베르그송의 논쟁은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일군의 과학자들은 베르그송의 무지를 마음껏 비웃었다. 결국 사물 자체의 고유한 시간 속성을 밝히고자 했던 베르그송은 자신의 철학적 태도가 물리학자들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 문제를 제기했던 자신의 책을 저작 목록에서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하여 두 천재의 시간을 주제로 한 논쟁은 끝을 맺었다.
이후 과학의 눈부신 성장 속에 철학은 상대적으로 더욱 초라해졌고, 시간론도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철학이 시간 같은 순전히 물리적인 현상을 탐구할 이유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스티븐 호킹은 “18세기의 철학자들은 과학을 포함하여 인간의 모든 지식을 자신의 연구 분야로 삼았고, ‘우주에는 시초가 있었는가?’와 같은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19세기, 20세기의 과학은 극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철학자들에게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수학적인 것으로 되어버렸다. 철학의 범위는 극도로 위축되어 비트겐슈타인 같은 이는 ‘철학에 남겨진 유일한 임무는 언어분석뿐’이라고까지 하였다. 철학의 위대한 전통에 비하면 이 얼마나 큰 몰락인가!”라고 개탄 아닌 개탄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소설가 김영현은 “과연 그럴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는 바로 이 물음에서 출발한다. 아인슈타인과 베르그송의 100년 묵은 논쟁에 소설가 김영현이 겁 없이 뛰어든 셈이다.


지속으로서의 시간’을 되찾아오다

김영현은 아우구스티누스, 베르그송, 후설, 나가르주나 등이 설파한 철학적 시간론들을 진지하게 재검토하고 ‘시작과 끝’, ‘변화’, ‘우연과 필연’, ‘존재와 무’, ‘영원’ 등 시간론의 중요한 문제들을 차례로 파헤친 후 마침내 “철학과 과학은 시간이라는 동일한 개념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전혀 다른 현상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과학적 시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속성, 즉 자기동일성이라든가 연속성, 통일성의 문제와는 무관한, 하나의 ‘운동에 관한 설명 방식’이라는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밝힌다. 나아가 김영현은 시간은 철학적 해석이나 접근법에 의해서만 드러날 수 있으며 혼동을 없애기 위해 물리학에서의 시간은 ‘t-좌표’라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김영현이 파악한 다른 현상이란 ‘운동’과 ‘변화’를 말한다. 즉, 물리학적 시간의 근거는 계량 가능한 운동(movement)이며, 철학적 시간의 근거는 변화(change)라는 것이다. 성냥개비가 불에 타서 재가 된다고 할 때 성냥개비와 재는 같은 존재일까 다른 존재일까, 다섯 살의 ‘나’와 칠십 세의 ‘나’는 같은 존재인가, 아닌가? 김영현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주체’로서 같은 존재임을 역설하고, 그 근거로서 자기동일성, 연속성, 통일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지속으로서의 시간’의 자리를 복원한다.
‘지속으로서의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타임머신은 문학적 상상력에서나 가능할 뿐 불가능하게 된다. 존재에 깃든 ‘지속’은 현재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되돌아 갈 과거도, 미래도 없게 된다. 과거는 존재의 의식 속에서 기억되거나 망각될 뿐이며, 미래는 예감할 뿐이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살아 있다는 기쁨을 느끼다

그렇다면 이제 그는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처음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그는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지 않는다. 일찍이 아우구스티누스도 고백하지 않았던가. “시간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으면 시간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데, 시간이 무엇이냐고 물어 그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면 시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김영현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래서일까. 그는 “모든 시간적 존재가 자신이 존재하는 그 시간대에 자기 자신임을 주장하고 ‘그것으로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원천으로서의 통일성에 대해 충분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말로 대신한다.
그러나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를 쓰면서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시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상함, 덧없음, 두려움 등의 감상적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시간에 초연할 수 없는 구속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죽음에 대한 명상’을 다룬 철학서를 준비하고 있단다.
김영현은 35년 전 푸른 청춘의 시절에 품었던 의문의 한 타래를 풀어가는 동안 시간 속에 살아 있다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다시 얼마간 홀가분한 마음으로 본연의 소설가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저 : 김영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84년 『창비신작소설집』에 단편소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 『해남 가는 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일락 향기』, 장편소설 『풋사랑』, 『낯선 사람들』, 『폭설』, 『날아라 이 풍진 세상』, 『짐승들의 사생활』, 시소설 『짜라투스트라의 사랑』, 시집 『겨울바다』, 『남해엽서』, 산문집 『나츠메 소세키를 읽는 법』, 『겨울날의 초상』, 『서역의 달은 서쪽으로 흘러간다』 등이 있으며 1990년 한국일보문학상, 2007년 무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명지대, 국민대 등에서 소설 창작을 강의했고, 실천문학사 대표를 역임했다. 지금은 경기도 양평에서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

책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